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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는 '행복'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의 팀장님께서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다. 연락을 주고 받던 중 마음에 꽂힌 질문이 있었다.
"행복한가요?"
힘들진 않은지, 새로운 회사는 다닐만한지가 아니라 '행복한가요'라니.. 이상하게 저 문장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지금 다니는 회사도 마음에 들고 대인관계도 원만하다. 근데 바로 행복하다는 말은 안 나온다.
오히려 불행하다는 쪽에 더 가깝다.
그저 관성처럼 계속 달려왔는데, 지금 여기가 어딘지 얼마나 더 달려가야하는지 모르겠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행복해지는 것을 거부해왔을지도 모른다. 진통제 같은 행복은 금방 사라지고 현실은 더 가혹하게 다가온다.
집을 구할 때의 절망감, 지독한 가난, 낮은 연봉에서 오는 무력감
1년 전 나의 현실은 연봉 2500만원에 매일 욕을 듣는 직장인일 뿐이었고, 이제 갓 취직한 언니와 구할 집을 구하는건 절망에 가까웠다.
대학 시절에는 그나마 나라는 상품에 가격표가 매겨지기 전이었지만, 사회에서 낮은 가격표가 매겨진 나는 한없이 초라했고 그간의 노력이 비웃음 당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일본은 대학시절을 인생의 여름방학이라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솟구친 억울함을 아직도 기억한다.
나에게 대학시절은 버티는 것의 반복이었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버텨야만 했고 슬픔을 느끼는 것 마저 사치에 가까웠다.
하루도 온전히 쉴 수 있는 날이 없었고, 항상 완성해야 하는 작품이 머릿속에 있었다.
대학생들이 바쁜 시기를 시험기간이라고 한다면 난 그 시험기간만 빼고 나머지가 시험기간 같았다.
내가 평범하게만 돈이 있었다면, 알바를 안하고 대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면, 등록금 걱정 없이 다닐 수 있었다면
연봉 2500만원에도 미래를 설계할 정도의 돈이 있었다면
서울에서 살 집이 없어서 절망에 빠지지 않았다면
난 행복할 수 있었을까
그래도 조금은 상황이 나아진 지금은 행복한가
'행복한가'에 대한 답은 못하겠고, 그저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수고했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