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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지심일기장 2024. 4. 28. 14:52
오늘의 주제는 '자격지심'이다. 네이버 사전에 대해서 자격지심은 '어떠한 일에 대하여 자기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이라고 설명한다.비교에서 오는 열등감이 아닌 자기 스스로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불안이나, 두려움보다는 자격지심이 나를 괴롭게 한다.난 사회적으로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교만과 자만 덩어리이다.능력만 우선시하며, 그 사고방식을 토대로 계속해서 실력 쌓기에만 집중한다. 소유와 존재의 그 사이에서 당연히 소유를 택하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소유를 믿으며 살아왔다.2년 전부터인가 마음은 보살피지 않은 채 더 달리기에 힘썼다.깨진 마음을 보다보면 무너질 것만 같아서, 못본 척했다.물론 내 주변 사람들의 마음도 보살피지 못했다. 가끔 존재로서 온전히 충만한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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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일기장 2023. 2. 4. 01:45
오늘의 주제는 '연필'이다. 초등학교 6학년 이전일 것이다. 샤프를 쓰기 이전에는 연필을 썼다. 공부를 치열하게 하기 이전, 무엇인가를 쫓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때이다. 연필을 쥐고 무엇인가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게 유난히 좋았다. 오롯이 내 자유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 머릿속은 상상으로 가득 차있지만 그럼에도 이 세상과 더 밀접하게 호흡한다. 선생님의 목소리,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내 주위를 머물렀다. 시간은 느리게 갔고, 그 속에서 천천히 연필로 무엇인가를 쓰고 그렸다. 지금은 그런 여유가 없다. 항상 미래에 대한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고, 무엇 하나 내 의지로 하는 것이 없다.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연봉, 더 넓은 집 다 좋지만 내가 정작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세상의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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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일기장 2022. 11. 2. 23:25
오늘의 주제는 '전제'이다. 행복의 전제는 무엇일까. 요즘 들어 뭘 해도 재미없고,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다 어릴 때는 나름 행복했던 것 같아서 생각을 해보니 나의 행복의 전제는 '가족의 사랑' 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행복의 전제가 돈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고, 공부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고, 일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사랑이 없는 몇 달을 지내본 결과 사랑이 없는 삶에서는 그 무엇도 행복을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삶을 흔드는 사랑이 필요 없다고 결심했었다. 모든 사람들로부터 감정이 섞이는 것을 억지로 피했다. 그러면 일도 더 잘할 수 있고, 돈도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는 몇 달 간 죽은 것 같은 삶을 살았다. 뭘해도 즐겁지 않고, 사는 것의 의미를 못 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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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일기장 2022. 8. 15. 22:48
오늘의 주제는 '행복'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의 팀장님께서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다. 연락을 주고 받던 중 마음에 꽂힌 질문이 있었다. "행복한가요?" 힘들진 않은지, 새로운 회사는 다닐만한지가 아니라 '행복한가요'라니.. 이상하게 저 문장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지금 다니는 회사도 마음에 들고 대인관계도 원만하다. 근데 바로 행복하다는 말은 안 나온다. 오히려 불행하다는 쪽에 더 가깝다. 그저 관성처럼 계속 달려왔는데, 지금 여기가 어딘지 얼마나 더 달려가야하는지 모르겠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행복해지는 것을 거부해왔을지도 모른다. 진통제 같은 행복은 금방 사라지고 현실은 더 가혹하게 다가온다. 집을 구할 때의 절망감, 지독한 가난, 낮은 연봉에서 오는 무력감 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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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기장 2022. 7. 10. 16:57
오늘의 주제는 '나'이다. 요즘 무리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억지로 약속을 잡고 나가봤다. 연락도 해봤다. 혼자 집에서 공부만 하는 직장인의 삶은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론은 피곤하고, 시간 낭비, 돈 낭비를 한 것 같다. 그러다 문득 대학생 때 초에 술자리를 억지로 나갔던 것이 생각났다. 나에게 맞지 않는 자리에 자꾸 나가는 것이 스트레스였고 집에 오면 우울했다. 다들 친구들 만나는 게 엄청 즐거운 일인 것 마냥 말하는데 난 뭔가 어색하다. 그러다 갑자기 내가 '나'를 오해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난 어릴때부터 친구들하고 노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 책읽는 것을 좋아했다. 혼자 책읽고 상상하고 수학 공부하고 그런 것들이 나를 숨쉬게 했다.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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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진 깡통일기장 2021. 9. 27. 14:44
오늘의 주제는 '찌그러진 깡통'이다. 나는 찌그러진 깡통이다. 처음 '찌그러진 깡통'라는 수식어를 들은 날은 대학교 2학년 중간 크리틱 때였다. 한참을 모진말을 쏟아낸 뒤 교수님은 아무말도 못한 채 서 있는 나를 향해 찌그러진 깡통같이 왜 아무말도 못하냐고 했다. 용수철 같이 튀어 올라 계속 받아치기를 바라셨던지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못마땅해 했다. 그때 못했던 말들을 지금 떠올려본다. '하지만 나는 틀렸고, 당신 말은 다 맞았는데 내가 어떻게 무슨 말을 하겠어요. 나는 사실 건축 설계 하기도 싫고, 하루 먹고 살기도 바빠서 내 통장 속의 잔액만 머리 속에 있는 걸요. 이제 신문사도 그만 둬서 저는 학원에서 버는 25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돼요. 중간마감 모델을 만들기 위해 2만원을 썼고, 어제부터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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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일기장 2020. 8. 8. 01:48
오늘의 주제는 '주인공'이다. 내 나이는 24살이다. 취업시즌이 다가오면서 생전 처음 겪어 보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는 나는 단지 몇 개의 숫자, 대학교를 다니면서 해 왔던 작품 몇 개로 평가될 것이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후회하는 날들이 많아지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되는데, 나의 형편없는 실력과 마주할까봐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진짜 최선이었는지 확신이 안서고, 사실은 남들이 보기엔 놀기만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원래 남들과 비교를 잘 하지 않는데, 취준생으로서 비교는 필수적이고 그건 우울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몇일 전, 같은 과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오빠를 만났는데, 그 분이 나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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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장 2020. 8. 5. 15:47
오늘의 주제는 '일상'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인 '주주'를 읽었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평범한 일상일 수도 있는 것들을 소설을 통해 부드럽고 따뜻하게 묘사한다. 그 몽글몽글한 분위기에 빠져있다 보면 어느새 내가 살고 있는 이 일상 마저 특별하게 느껴진다. 주주에서 주인공 미쓰코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햄버그 스테이크 가게에서 일한다. 몇번이나 고기를 굽는 묘사가 나오는데, 굽는 소리를 자신을 안아주는 것 같은 친근한 이미지로 표현한다. 나도 거의 2년 가까이 레스토랑에서 일했기 때문에 이 소리가 뭔지 그리고 사람들이 요리를 만들면서 집중하는 모습이 어떠한지 어느정도 상상할 수 있었다. 생활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쪼개서 일을 한 것이지만, 책을 읽다보니 가게에 물든 애정을 느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