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연필

슈키09 2023. 2. 4. 01:45

 

오늘의 주제는 '연필'이다.

 

초등학교 6학년 이전일 것이다. 샤프를 쓰기 이전에는 연필을 썼다.

공부를 치열하게 하기 이전, 무엇인가를 쫓지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때이다.

 

연필을 쥐고 무엇인가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게 유난히 좋았다.

오롯이 내 자유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

머릿속은 상상으로 가득 차있지만 그럼에도 이 세상과 더 밀접하게 호흡한다.

선생님의 목소리,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내 주위를 머물렀다.

시간은 느리게 갔고, 그 속에서 천천히 연필로 무엇인가를 쓰고 그렸다.

 

지금은 그런 여유가 없다. 항상 미래에 대한 걱정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고, 무엇 하나 내 의지로 하는 것이 없다.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연봉, 더 넓은 집 다 좋지만 내가 정작 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세상의 시스템 아래에서 난 전문가인 척을 하며 돈을 벌어야 하고, 더 전문가인 척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작은 손으로 원하던 것을 하던 때가 그립다.

종이의 질감을 피부로 느끼고, 필통의 생김새와 연필의 생김새를 골똘히 바라보기도 하고,

시간의 제약 없이 느릿느릿하고 싶은 것을 하던 때가 그립다. 다시는 올까.

나에게 그런 시절이 다시 오기를 바라본다.